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국회에서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국회에서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을 향해 “살인자”라고 했다. 집회를 계기로 코로나가 재확산했고,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니 살인자라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오간 말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공식 발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광복절 집회 주최 측은 도둑놈”이라고 하자 노 실장은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라며 고함을 질렀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같은 국민이 아니라 적(敵)으로 생각하며 증오하는 것이다. 거기서 나아가 ’살인자'라고 했다. 지금 청와대 내부의 실제 정서가 이렇다는 사실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노 실장은 야당 의원을 향해 "광화문 집회에서 확진자가 600명 이상 나왔고 7명 이상 죽었는데 그걸 지금 옹호하느냐”고 했다. 그러니 집회 주최 측이 살인자라는 것이다. 코로나 와중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방역 당국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주최 측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살인자’란 말까지 들어야 할 일은 아니다. 노 실장 논리대로라면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을 막지 못해 코로나를 확산시킨 현 정권의 책임자들이 더 중대한 살인자다. 방역 당국이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자고 했을 때 권고를 무시한 것은 정작 청와대 아닌가. 현재 국내 확진자가 2만7천여 명이고 사망자는 500명에 육박한다. 청와대 논리라면 대체 ‘살인자’가 몇 명인가.

노 실장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때문에 경제 성장률만도 0.5%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노 실장이 얘기한 수치는 ‘8월 이후 코로나 재확산으로 3분기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최근 한국은행 발표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황당한 논리 비약이다.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 재확산 여러 요인 중의 하나일 뿐이다. 8월 이후 코로나 재확산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외식을 독려하고 광복절 대체 휴일을 지정한 정부 책임도 크다.

지금 ‘살인자’라는 말을 들어야 할 대상이 있다면 바다에서 떠내려온 우리 공무원을 구조하기는커녕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북한 김정은 정권일 것이다. 북한은 ‘미안’ 한마디 이후에 “총살은 주민 관리를 못한 남측 책임”이라며 적반하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항의는커녕 ‘시신을 불태운 적이 없다’는 북한 주장을 입증해주려고 서해에서 수색 쇼까지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우리 공무원 총살 소각을 ‘사망’이라고 했다. ‘살인’이나 ‘피살’이라는 말을 못하는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는 정권이 우리 국민을 향해서는 서슴없이 ‘살인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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