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군사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욱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군사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방부는 북한군이 공무원 이모씨를 사살·소각한 사건과 관련해 서욱 장관이 종전 군의 입장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진의를 왜곡했다”고 24일 반박했다. 서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합참 작전본부장 (최초) 발표에서 불로 시신을 훼손했다고 했는데 불빛 관측 영상으로 시신 훼손을 추정한 것 아니냐’고 묻자, “추정된 사실을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단언적인 표현을 해서 국민적 심려를 끼쳤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당초 시신 훼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던 군이 “시신 훼손은 추정”이라고 한 데는 “시신 훼손이 맞냐”는 청와대의 거듭된 확인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선 “국방장관이 사과까지 한 것은 결국 정권 눈치를 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합참의 시신 소각 발표 전 군 당국에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고 확정적으로 발표할 수 있느냐”며 여러 차례 재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북측에서 불빛을 관측한 것만으로 시신 소각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우리 군이 불빛을 관측 시간이 40분 정도였는데, 시신을 소각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란 일부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신을 완전히 소각하려면 1시간 30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시신 훼손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에 공동 조사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남 통지문에서 사실상 시신 소각을 부인한 이후 청와대가 군의 최초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자 국방부도 발언 수위를 낮춘 것 같다”고 했다.

국방부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서 장관이 지난 23일 국감에서 한 관련 발언은 “그동안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언론 및 국회에 북한군이 실종 공무원을 총격 후 시신을 불태웠을 정황이 있다면서 ‘총격과 시신 훼손’의 과정이 추정된다고 설명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답변이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다만 지난달 24일 실시한 대국민 발표 내용 중 일부 단정적 표현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격 사망한 것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 차원이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씨 피살 직후인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시신 소각을 부인하고 여권에서도 군의 최초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자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다”며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서 장관의 23일 국회 답변도 시신 소각을 확정적 사실로 단정하기보다 추정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란 게 국방부 해명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시신 소각 문제에서 국방부가 인지 부조화를 일으켰다”며 “번복한 내용이 없으면 왜 (장관이) 사과하느냐”고 했다. 여전히 시신 소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굳이 국방장관이 ‘시신 소각을 단언’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란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말을 바꿔 시신 소각 발표에 대해 사과한 국방장관과, 기존 발표를 번복한 적 없다고 해명 자료를 내라고 한 장관은 같은 사람인가”라며 “국방부가 잦은 말 바꾸기로 국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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