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일 국회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이 여전히 절대 권력이지만 과거에 비해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위임 통치는 김여정만 하는 게 아니라 경제는 김덕훈 총리, 군사는 최부일, 전략무기는 이병철 등"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후계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수수께끼 같은 얘기다.

국정원은 '위임 통치'의 이유로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라고 했다. 지난 9년간 독재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는 것이다. 정책 실패 시 김정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는 이유도 있다고 했다. 지금 북한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엉망이 된 경제에 수해까지 덮쳤다. 최고지도자의 망신으로 끝난 미·북 정상회담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에게 주민 불만이 쏠리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위임 통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김일성은 1인 통치 체제를 확립한 이후 누구에게도 권한을 나눠주지 않았다. 김정일은 이복형제를 숙청했고 2인자 소리를 듣는 부하는 바로 제거했다. 김정은도 고모부와 이복형을 처단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주요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대남·대미·군사 문제는 최고권력자만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 대남·대미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김정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퍼지기도 했다. 김정일이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노동당 대회를 내년 1월 또 개최한다고 한다. 여태 본 적이 없던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00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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