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외신을 대상으로 대북 단체들이 쌀·달러·USB 등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에 보내는 현장 투어를 진행했다. 외신 기자 40여명은 인천 석모도에서 페트병 해상 살포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최근 정부가 대북 전단·페트병 보내기를 금지하고 관련 단체들 설립 허가까지 취소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대북 인권운동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통일부가 '실상을 보여주겠다'며 마련한 행사라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 참가한 기자들에 따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 '페트병 살포가 환경오염과 긴장 조성을 초래한다'는 정부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누가 봐도 미리 섭외한 주민들이었다"고 했다. 다른 기자들도 "해경에게 페트병이 구체적으로 무슨 위협이 되냐고 물었는데 그냥 문제 있다고만 하더라" "왜 데리고 갔는지 모르겠다. 기사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이 체제 선전을 위해 동선과 인터뷰를 미리 짜놓고 외신 투어를 진행하던 게 연상됐다"는 말도 나왔다. 듣기조차 민망하다. 이 정도면 정책 홍보가 아니라 '관제 여론 공작' 아닌가.

대북 전단과 페트병 등은 외부와 차단된 채 노예처럼 사는 북한 주민에게 바깥소식과 김정은 체제의 진실을 알리는 유효한 수단이다. 살포 과정의 문제는 단체들을 계도하면 될 일인데 이 정권은 전단·페트병 살포 금지법을 만들었다. 탈북민 단체 2곳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다른 단체들 사무 검사를 진행해 비리를 캐겠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북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한 뒤 벌어진 일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 맞느냐"는 비난을 듣는 것도 모자라 외신 상대로 무리한 관제 여론전까지 벌이다 북한·중국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 비위만 맞출 수 있다면 나라가 망신당하고 국격이 땅에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3/20200813000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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