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북 전단 발송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대북 전단과 USB 등을 '(남북) 교역 물품'에, 전단을 실은 풍선 기구·드론 등을 '반출·반입 승인 물품'에 추가했다.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리는 전단이 '대북 교역 물품'이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고 어기면 처벌한다는 것이다. 대북 전단이 어떻게 남북 사이의 교역일 수 있나. 억지에도 정도가 있다.

전단 살포를 국가보안법에 있는 남북 주민 간의 '회합·통신' 행위로 간주해 사전 신고토록 하는 조항은 더 코미디다. 국보법상 회합·통신은 '반국가단체(북한)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연락한 경우'다. 간첩과 만나거나 통신하는 이적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이다.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대북 전단 살포가 어떻게 반국가단체와 회합·통신이 되나. 북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전단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으니 이렇게 기괴하고 황당한 발상을 하고 그것을 법으로 만들려 한다. 대통령부터 현 정권 운동권 출신 실세들은 그동안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 왔는데, 대북 인권단체 손발을 묶기 위해 국보법을 적용하겠다는 건 또 뭔가. 국민을 바보로 보는 데서 나아가 이제는 놀리려고 한다.

대북 전단과 관련한 이 정권의 무리수가 북 김여정의 요구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난 6월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한 뒤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우리 정부는 4시간 만에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 후 "대북 전단은 백해무익한 안보 위해 행위" "군을 동원해 전단 살포를 막자"고 하더니 기어이 온갖 억지로 점철된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국회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들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랑곳 않는다. 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탈북민 단체 탄압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이 "한국이 민주국가 맞느냐"고 비난하는데도 정부는 "문제없다"고 한다. 김정은 남매 심기 경호와 남북 이벤트가 헌법, 국제사회 여론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3/20200803036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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