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최전방 GP에 군대를 다시 주둔시킬 것이라고 했다. 서해 NLL 인근에서 포 사격 재개 방침도 발표했다. 남북 군사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전날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깼다. 문재인 정부와 서명한 핵심 합의문을 휴지로 만들었다. "서울 불바다설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사전 계획대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북 전단은 핑계일 뿐이다. 한국이 미국을 움직여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값을 계산해야 종결된다" "올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라"는 것이 그 뜻이다. 그런데 미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의 행동을 아예 무시했다. 북은 미국이 관심을 보일 때까지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다. 대남 군사 도발은 정해진 수순이다. 6·25 남침 70년과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등에 맞춰 우리 영토·영해를 직접 노리는 국지 도발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방 일부 북한군은 평소와 달리 철모를 쓰고 총에 착검을 하는 쇼를 시작했다.

북은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를 보내려 한 사실도 공개했다. 지금 북의 의도를 볼 때 특사 파견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황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북은 트럼프가 끝까지 무시할 경우 결국 ICBM·SLBM 같은 전략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때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유·불리를 따져 대응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이날 김여정의 연속하는 문 대통령 비하에 대해 "감내하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맞대응했다. 지금 상황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북의 군사 도발을 사전에 포착하고 대비하는 일이다. 하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년간 우리 군은 군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망가졌다. 정권이 '군사력 아닌 남북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하니 군이 어떻게 되겠나. 최전방 GP의 기관총 원격 사격 체계도 먹통이었다. 북의 공격을 받고 32분이 지나서야 수동 사격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실제 전투였으면 어떻게 됐겠나. 현재 남북 군사 합의로 최전방 공중 정찰도 중단돼 있다. 전방의 대북 표적 식별 능력이 44% 떨어졌다. 공중 정찰부터 강화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49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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