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북한 원로 한글학자 유열(유열·82)씨는 17일 오후 7시 통일부 장관이 주최한 서울 하얏트호텔 북측상봉단 초청 만찬에서 허웅(허웅) 한글학회이사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1940년대 말 젊은 국어학자들의 모임에서 두어 차례 대면한 적이 있는 두 사람은 50년이 지난 뒤 각각 남북한 대표적 국어학자가 돼 악수를 나눴다. 허 이사장은 “오랜 분단으로 남과 북의 말이 너무 많이 달라져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경”이라며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도 “서울거리의 간판을 보면서 어느 나라 말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국어가 심하게 훼손됐음을 느꼈다”면서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로 인한 괴리감을 극복하는데 같이 앞장 서자”는 말로 화답했다. 한편 유씨는 태어난 지 보름이 갓 지난 외증손녀에게 ‘임여울’이라는 아름다운 한글이름을 선물했다. ‘여울’은 숲 속을 고요히 흐르는 맑은 물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라는 유씨의 바람이 담긴 이름. 16일 개별상봉 때 딸 인자씨의 작명부탁을 받은 유씨가 밤새 고심을 거듭해 지었다.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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