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3일 오전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군 GP(감시 초소)를 향해 수차례 총격을 가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GP 외벽에 총탄 4발이 박혔다. 우리 군에 대한 직접 타격은 5년 만이다. '건강 이상설'이 돌던 김정은 등장 하루 만이다.

군 관계자는 "행위(총격) 자체는 군사 합의 위반이지만 의도적 도발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고 감쌌다. "전방 시계(視界)가 안 좋았다" "북한군 교대 시간이었다" "남북 GP 간 거리가 멀었다" "우리 GP가 더 높았다"며 오발 사고 가능성을 흘렸다. 우리 군은 적진에서 날아온 총탄이 의도된 것인지 실수였는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GP 벽에 적중한 총알에 우리 사병이 다쳤어도 그렇게 대신 변명해 줄 참인가. 대북 경고 방송과 두 차례 경고 사격을 했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

남북은 2년 전 DMZ 내 GP를 11개씩 동수(同數)로 없애기로 합의했고 대부분 철거했다. 그 전까지 북 GP는 160개, 우리 군은 60개였다. 똑같은 수를 줄이면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인데도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런 조치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김정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청와대와 여당은 "특이사항 없다"던 자신들의 판단이 맞았다며 반색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위중설' '사망설'을 제기했던 야당 인사를 향해 '거짓 선동' '국민적 재앙'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극도로 폐쇄된 북한 체제에서 김정은 안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람은 서너명뿐이다. 그에 대해 함부로 추측을 내놓은 일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20일 동안 모습을 감춘 건 분명히 이례적이다. 외국을 떠돌던 이복 삼촌 김평일을 불러들인 것이나 여동생 김여정을 앞세워 청와대를 공격하게 한 것도 전례를 비춰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김정은의 무사 여부를 알아맞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김정은의 생환을 확인하자마자 정권 주변에선 대북 협력 사업 재개를 거론하고 있다. 야당 인사들이 흘린 김정은 유고설 못지않게 경솔한 처사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조급하게 서두르는가. 우리 사병들이 근무하는 GP를 향해 날아든 북의 총탄에 대해 분명한 잘잘못부터 따져야 할 일 아닌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4/20200504000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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