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납북자를 광의의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생사확인-서신교환-상봉-재결합'이라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산가족 해법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4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김애란(79)씨가 납북된 남편 최원모(92)씨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동생들을 만나고 2, 3차 방문단 교환 때 납북자들이 가족 상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이같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이같이 방향을 정한 것은 북한이 납북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한 거부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남측 주민을 납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같은 입장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계속 납치자 송환을 요구하면서 북한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납치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하고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접근이다.

정부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이같은 접근을 6.25피랍자, 국군포로 등 다른 성격의 이산가족문제 해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북간에 열리는 각종 회담에서 납치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인도적 해결 노력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납북자 문제 등에서 작지만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납북자, 6.25피랍자, 국군포로 가족들은 잇달아 단체들을 만들어 상봉, 더나가 송환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도 이같은 남측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차, 3차 상봉 때 납북자.국군포로와 재남가족들의 만남을 공개하고 일부 납북자들에 대해서는 사망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북측이 송환을 요구한 비전향 장기수는 돌려보내면서도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우리 입장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간에 의사소통을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납북자 문제 등은 점진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며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이산가족 문제가 풀려나가는 과정에서 납북자도 재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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