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숨진 어머니 어병순씨를 대신해 북쪽의 언니(이신호·67)를 만나러 간 이부자씨. /연합

28일 금강산에서는 제4차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 행사가 열렸지만 죽음·노환 등으로 여기에 참석하지 못한 이산가족이 있어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상봉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오전 11시 노환으로 숨진 이산가족 어병순(94·전북 남원시 아영면)씨의 사위 장중근(張重根·65)씨는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북에 있는 딸을 보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탄식했다.

2남4녀를 둔 어 할머니는 50년 8월 초 당시 한양여중 2학년이던 둘째딸 이신호(67)씨와 헤어졌다. “학교에 간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긴 것이다. 어씨는 작년 9월 4차 이산가족 방문단에 선정되고서야 죽은 줄 알았던 딸이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씨는 “장모님께서 ‘딸 보는데 몸이 약하면 안된다’며 영양제까지 맞으셨는데 한달 전부터 건강이 갑자기 악화됐다 결국 돌아가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금강산에는 숨진 어씨 대신 셋째딸 이부자(63)씨가 언니를 만나, 어머니의 소원을 대신 풀었다.

작년 10월 북측 상봉단에 선정됐지만 이후 숨져 이번 상봉단에서 빠진 북한의 공훈화가 황영준(81)씨의 남한 가족들도 TV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황씨의 처제 김윤희(70·대전광역시 서구 가장동)씨는 “정말로 숨진 것인지 믿을 수 없다”며 “만날 날을 위해 편지까지 써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씨는 6·25 당시이던 지난 50년 피란 도중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 황문웅(61)씨와 부인 김인희(78)씨, 처제 김씨와 헤어졌다.

정인용(85·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씨도 작년 상봉단에 선정됐다가 폐암이 악화돼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한적은 정씨 대신 예비후보 1순위인 김홍택(65·서울 미아동)씨를 상봉단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북측이 “준비할 여유가 없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어제(27일) 속초로 달려가 상봉단 포함 여부를 애타게 기다렸다”며 “언제 다시 만날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全州=金昌坤기자 cgkim@chosun.com
/白承宰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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