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마지막 날인 17일, 북의 큰아들 안순환(65)씨는 위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 이덕만(87)씨가 차려준 생일상 앞에서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순환씨의 실제 생일은 19일. 하지만 내일(18일)이면 북한으로 기약할 수 없는 길을 떠나는 안씨를 위해 남한에 사는 둘째아들 민환씨가 미역국과 팥밥 등으로 숙소인 워커힐호텔 객실에 정성스럽게 생일상을 마련해왔다.

순환씨가 15살 때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선 지 50년 만에 어머니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장남의 생일상을 차려준 것. 어머니는 “북한으로 가는 길에 먹으라”며 순환씨가 좋아하는 인절미를 보자기에 싸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어머니는 역시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남의 손을 꼭 잡았다. “내 나이 내일 모레면 아흔인데… 이제 가면 다시 못 보겠지. 이렇게 내 손으로 밥 한끼라도 지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어떻게 눈을 감겠어. ”

이미 식어버린 미역국을 앞에 두고 고개를 숙인 큰아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생일날이면 어머니가 꼭 수수팥떡을 해주셨죠. ‘이 떡을 먹으면 돌멩이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요. ”

순환씨는 “어머니 회갑잔치도 못 열어준 불효자가 어떻게 염치없이 생일상을 받겠어요”라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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