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마음 속으로만 노래한 사모곡(사모곡)이었다. 조진용(69·작가)씨와 오영재(64·시인)씨. 두명의 북한 최고 문인은 절절이 품어온 사모시를 귀가 어두운 노모에게, 돌아가신 어머니 영정에 각각 바쳤다.

‘내 어미 품을 떠날 때/검은머리 어디에 두시고/백설이 되었습니까/내 어머님 슬하를 떠날 때/비단 같은 볼 어디에 두시고/깊은 주름 패이셨습니까/그것은 세월의 백설이 아니라/분단이 가져온 백설입니다/허나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이 만드신 통일의 물꼬로 인하여/어머니 머리 다시 검어지시고…’ 조씨는 사모시에조차 ‘김정일 장군님’을 찬양, 이념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16일 오전 롯데월드 민속관을 방문한 조씨는 전날 만찬 때 자신이 지은 시를 어머니 정선화(94)씨에게 귀엣말로 읊어 드렸다고 했다. 노모는 이날 감격에 복받쳐 한때 실신하기도 했다.

‘가셨단 말입니까/정녕 가셨단 말입니까…/리별이 너무도 길었습니다/분렬이 너무도 모질었습니다/무정했습니다’〈무정〉. ‘…통일이 되면 아들을 만나/불러 보고 안아보고 만져보고 싶어/그날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더는 못기다리셨습니까 어머니…’〈슬픔〉.

오씨는 16일 쉐라톤 워커힐호텔 객실에서 제사를 지내고, 자신의 시 ‘슬픔’ 등 3편을 사진 속 부모님께 낭송해 드렸다. “어머니는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저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가시지 않겠다고 하시더니 왜 먼저 세상을 뜨셨단 말입니까. ” 속절없는 세월에 무릎 꿇은 오씨는 술잔을 바치며 설움을 토했고, 승재(승재·67)씨 등 형제들의 흐느낌은 그치지 않았다.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박돈규기자 donq@chosun.com

슬픔

차라리 몰랐더라면

차라리 아들이 죽은 줄로 생각해 버리셨다면

속고통 그리도 크시였으랴.

통일이 되면 아들을 만나

불러보고 안아보고 만져보고 싶어

그날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더는 못기다리셨습니까. 어머니.

그리워 눈물도 많이 흘리시면서

그리워 밤마다 뜬 눈으로 새우시여서

꿈마다 대전에서 평양에서 오가시느라 몸에 지쳐서

그래서 더 일찍 가셨습니까.

아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니 나의 엄마!

그래서 나는 더 서럽습니다. 곽앵순 엄마!

오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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