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밝히며 초청을 거부했다. 북측은 답방 거부 이유에 대해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 탓을 했다. "남조선 당국이 외세 의존에서 탈피 못 한다"고도 했다. 미국을 압박해 대북 제재를 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비난이다. 비핵화 사기극에 문 정권을 끌어들이면 대북 제재 해제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어긋난 것이다.

북측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이 못 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고 간절한 청을 몇 차례나 보내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국이 얼마나 구차하게 자기들에게 매달렸는지 공개하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왜 북과 같은 폭력 범죄 집단에 구걸까지 해야 하나. 이것은 국가 안보를 위한 협상인가, 정권 연장을 위한 정치인가.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함께한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최대 목표로 삼아 공을 들였다. 국정원은 국회에 김정은의 회의 참석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처럼 보고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이 다른 나라 정상의 방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교섭이 이뤄져 사실상 성사가 확실해졌다는 뜻이다. 이제 보니 전부 자신들의 희망일 뿐이었다.

 

그 사이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한국이 빠지는 황당한 일을 벌였고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내쫓듯이 북송해버렸다.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라는 등의 막말 모욕 앞에서도 굽신거렸다.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들고 돌아온 것이 뭔가.

김정은 답방이 의미가 있으려면 북핵 폐기의 전망이 명백해야 한다. 그때는 서울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핵이 그대로인데 김정은이 온다는 것은 문 정권 연장에 도움을 주려는 정치 쇼를 하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고 큰소리를 친다. 새 계산법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핵은 그대로 있고 대북 제재만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 북핵 협상 대표는 "김정은이 비핵화한다는 증거가 없다. 핵도 그대로 생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김정은 쇼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1/20191121035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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