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이 어제 국회 비공개 국감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초 국감 때는 "(북한의) ICBM은 현재 TEL에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 북은 ICBM급은 TEL로 발사하기 때문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은 다른 용도로 쓸 것"이라고 공개 발언을 한 사람이다. 그런데 한 달 만에 180도 다른 말을 했다.

군의 말 바꾸기는 청와대 때문이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주 국회에서 "북이 TEL로 ICBM을 쏠 수 없다. 동창리가 폐쇄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은 없다"며 군 정보 판단과 배치되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국정원장이 '북은 TEL로 ICBM을 쏠 수 있다'고 정 실장과 다른 내용으로 말했지만, 안보실은 언론 탓을 하며 '정 실장 발언에 잘못이 없다'고 반발했다.

청와대가 막무가내로 나오니 군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건 예상이 됐지만, 막상 사실(事實)과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다 팽개치고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모습을 보니 참담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정보본부장은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위증(僞證)을 했다는 건가.
 

이 정권은 자신의 무능과 실책을 덮기 위해서라면 명백한 사실관계도 비틀 수 있다. 북이 2017년 ICBM급 미사일을 세 차례 발사하면서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것은 사진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TEL에서 바로 쏘지 않고 TEL로 옮긴 ICBM을 별도 발사 패드에 옮겨 쏘더라도 '이동식 발사'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질 필요도 없는 기초 군사 상식이다. 정해진 장소가 아니라 옮겨 다니면서 쏘는 것이 이동식 발사다. 우리 측 대응 시간을 줄이기 때문에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군이 애초 '북이 TEL 발사 능력이 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상식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는 이유는 필요도 없어진 동창리 시설을 북이 폐기하면 'ICBM 능력이 없어졌다'고 선전하면서 김정은 쇼를 다시 하려는 것이다. 이들에게 국가 안보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정 실장 발언에 대해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틀린 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허위"라고 했다. 덧붙일 말이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6/20191106040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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