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7년 10월 중국에 '사드 추가 배치, 미 MD(미사일 방어) 참여, 한·미·일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사드 3불(不)'을 약속해줬다. 국가 주권, 미래 군사 주권 침해를 허용한 국가적 수치였지만 당시 정부는 "사드 경제 보복을 풀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산업·관광·공연·게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보복이 지속되고 있다. 정작 경제 보복은 풀지도 못하고 우리 안보 전략만 손발이 묶인 비정상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 주권이 침해당한다는 것은 전시(戰時)나 마찬가지인데 스스로 제 발에 족쇄를 채우는 이런 합의를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북핵 위협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자신을 방어할 무기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고 제3국에 약속할 수 있나. 미국 MD 참여나 타국과의 군사동맹 여부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 왜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정부 수립 이래 이런 주권 포기 행위는 없었다.

사드는 북핵 미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치한 것이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수차례 설명했고, 중국도 모르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 숨통을 완전히 죄어 북핵을 없애면 사드는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 중국이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사드만 문제 삼는 것은 한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평양 방문을 통해 김정은에게 핵개발 면죄부를 주면서도 우리에게는 정상회담 때마다 사드 철거를 압박한다. 중국은 한반도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레이더와 무인기를 배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더 이상 3불과 같은 주권 제한 조치는 무의미해졌다고 선언해야 한다. 어차피 누가 다음 정권을 맡든 이 주권 포기는 철회돼야 한다.

3불에 계속 묶여 있으면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지금 북한은 하루가 다르게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등 우리 기존 미사일 방어 체제를 피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2차례인 북의 미사일·방사포 시험 발사는 사정거리와 비행고도를 보면 모두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로는 국민과 영토를 보호할 수 없다. 그런데 중국 눈치 보느라 다른 가능성까지 닫아버렸다. 정부가 안보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사드 아니라 그 이상의 조치를 해서라도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해야 한다. 중·러의 전례없는 군사 밀월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은 지금 사드 자체만이 아니라 한국 정권이 저자세로 나오는 걸 기회로 한국을 길들이려는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정례 훈련이라도 하듯 동해를 헤집고 다닌다. 지난해 중 군용기가 140여 차례나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진입했는데도 우리 군은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현 정부는 태생적 친중(親中) 성향이다. 대통령이 중국에 가 홀대를 받으면서도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짓눌려 눈치를 보고 있다.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 보복을 두려워해 주권을 양보하기 시작하면 굴종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최우선의 기준은 안보다. 안보를 지키는 데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중국은 겉으로는 '평등, 호혜 관계'를 말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웃 나라를 상대로 패권을 추구해왔다.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고 하는 망언도 했다. 그게 진심이다.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은 그 속성 자체가 패권 추구, 폭력적, 반민주적, 반인권적이다. 이들에게 원칙을 버리고 밀리기 시작하면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문가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1/20191101030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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