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호텔이 있는 광장동에서 단지 30분 거리인데…. ”

16일 개별상봉을 위해 숙소를 찾아온 남측의 동생들을 50년만에 두번째로 만난 북한의 양한상(69)씨는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어머니 김애란(87)씨가 몸이 아파 마포구 서교동 집에서 나오실 수 없다고 동생들이 전했기 때문. 이 순간, 50년이 걸려 서울에 온 양씨에게 서교동은 천리길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집단 상봉이 있던 15일 저녁 양씨와 김씨는 동생들이 가지고 나온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다. 양씨는 “한상이가 왔습니다. 어머니…”라고 눈물을 흘리며 목소리로나마 어머니를 만났고, “곧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었다.

양씨는 “어젯밤 어머니 생각이 나서 한숨도 못잤다”며 “남쪽 적십자사에서 힘을 써줘 몇몇은 앰뷸런스에 실어와서 만났는데 나는 왜 안되냐”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거듭 “어렵게 왔으니 어머니를 꼭 만나뵈어야겠다”고 했다.

형님의 말에 동생 한종(64), 한정(여·62), 한호(58)씨도 착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한호씨는 양씨에게 “북쪽 책임자한테 실정을 얘기하고 가정방문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라”고 했다. 한정씨도 “남북 당국의 합의사항 때문에 같은 서울에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갈 수가 없다니 너무하다”며 “이런 경우는 융통성을 발휘해 예외로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양씨는 오히려 동생들을 위로했다. “개별적으로 만나면 남북 합의가 깨져 안 된다고 하더라. 우리 가족만 만날 것도 아니고 앞으로 1000만 이산가족들이 다 만나야 하는데 우리 가족 때문에 합의가 깨져 일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

양씨는 그러면서도 “이제라도 만나면 ‘어머니 고생하셨습니다’하는 인사만 하지, 무슨 얘기부터 어떻게 나눌지 생각도 못하겠다”며 목이 메었다. /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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