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은 27일 국회에서 북한의 올해 신형 미사일 발사가 '적대 행위' 아니냐는 질문을 8차례 받았지만 우물쭈물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다 "직접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가 (미사일) 시험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고 했다. 국방장관이 북 미사일 발사를 감싸려고 우리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방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이날 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한국도 미사일 시험을 한다"며 "북 단거리 발사체를 9·19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군사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북이 잘못했다면 우리도 잘못한 것'이란 자해성 발언으로 북을 변호한 것이다.

군사 합의는 남북이 서로 위협을 줄여 긴장 고조를 막자는 취지다. 한국 안보는 더 위험해지고 북만 안전해지는 합의는 있을 수 없다. 작년 9월 이후 우리는 탄도미사일을 공개 발사한 적이 없다. 그러나 김정은은 "남조선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고 공언하면서 신형 미사일을 10차례나 쐈다. 군사 합의에 명시된 '적대 행위 중단'을 북이 명백히 위반했는데도 우리 안보 책임자들은 '미사일 중단 문구가 없으니 괜찮다'고 북을 변호했다. 오히려 미 국무부 전 차관보가 "북 미사일을 간과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했다.

북이 군사 합의를 위반했으면 남도 위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는 북이 단골로 사용하는 물타기 수법이다. 북한 대표가 UN에서 군사 도발에 대한 추궁을 받았을 때 내놓을 변명을 우리 군 당국이 대신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에서 "북은 작년 군사 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하자 국방장관과 정부 관계자가 '대통령 말씀 맞는다'고 장단을 맞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국방장관은 대통령을 수행한 남북 정상회담 때도 "나만은 김정일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며 꼿꼿하게 악수를 했었다. 이 정부의 군 수뇌부는 인사권자 비위 맞추겠다고 북한 대변인 흉내까지 같이 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9/20190929019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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