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작년 9·19 군사 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했다. 올해 김정은이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며 쏘아 올린 신형 미사일만 10차례인데 북한이 정말 잘 지키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 것이다. 날로 증강되는 북 핵무기·물질에 대한 우려도 전혀 없었다. 대신 남북 경협으로 단숨에 도약한다는 '평화 경제'만 강조했다. "평화가 경제 협력으로 이어지는 '평화 경제'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설 주제는 온통 '북한'이었고 '평화'를 53번 언급했다. '북이 약속을 잘 지켜 평화가 오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최근 문 대통령이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고 한 것이 떠오른다.

군사 합의 1조는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의 근원인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돼 있다. 핵탄두를 달고 우리 군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북 신형 미사일 도발은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명백한 적대 행위이자 우리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국방부는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며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합의문에 핵무기 금지 규정이 없으니 북이 핵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할 사람들이다. CNN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북 신형 잠수함 진수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이것도 잠수함 금지 규정이 없으니 괜찮다고 할 것이다.

군사 합의 이후 북은 해안포에 덮개를 씌우거나 포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서해 지역에 13문, 동해 지역에 3문가량의 해안포를 개방하고 있다고 합참이 국회에 보고했다. 국방부가 북에 해안포를 닫으라고 10번 넘게 촉구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북의 합의 위반을 알고 시정 요구까지 하고도 대통령이 "단 한 건의 위반도 없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이 한국 공격용 미사일을 10차례 발사하는 동안 안전보장회의를 한 번도 주재하지 않았다. '평화 경제'를 띄운 직후 북이 미사일을 쏘며 "맞을 짓 말라"고 모욕했는데도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공격용이 아니라 문제없다'고 해도 침묵했다. 지금 한국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나, 정권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5/20190925034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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