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16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북한 지도자들 가운데 밖을 가장 잘 알고, 가장 개혁을 하려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평했다. “이론적이지는 않았지만 지적 능력을 갖추고, 판단력이 예민했다”고도 했다.

150여명의 광복회원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였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여러분이 TV에서 생생하게 본 것처럼, 과거 여기에서 이야기하듯 못난 사람이라든지, 상식에 벗어난 사람이라든지, 판단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며“이쪽 말을 듣고 납득이 가면 과감히 받아들이는, 대화가 되는 사람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6월 남북정상회담 때 자신의 협상파트너였던 김 위원장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김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김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도 ‘7·4성명의 3대 원칙이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인데 왜 대미(대미) 예속의 길을 가느냐’고 주장하더라”고 소개한 뒤,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것이 나 자신이 결정해 온 것이냐, 미국 지시를 받아 온 것이냐’고 김 위원장에게 물었다”면서, “아다시피 북경에서 특사를 통해 (남북간 협상한 것을) 중국·미국도 모르고 끝나고 나서 알려주지 않았느냐. 이것이 자주지 왜 예속이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쪽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북한의 최대 이해관계는 ‘안보’와 ‘경제회복’인데, 이를 해결할 힘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라면서, “북이 경제적으로 세계로 나가려면 테러국에서 해제돼야 하고, 그래야 세계 기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도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도 국익을 위해 미국과 타협해 최혜국 대우를 받고 WTO(국제무역기구)에 가입했는데, 북한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김 위원장과 북측이) 지금까지 못 들어본 얘기를 들은 눈치더라고 했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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