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또 쐈다. 북한이 '대남 경고'라고 밝힌 미사일, 방사포 도발은 2주도 안 돼 4번째다. 매번 발사 장소를 바꾸고 사거리, 정점 고도도 바꿨다.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 방어망을 피해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북한은 이날 한·미 훈련을 비난하면서 "남조선은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도 "남북 경협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해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문 대통령 말의 부적절성을 떠나 북한에 대한 구애(求愛)는 거의 병적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작 김정은은 16시간도 안 돼 미사일을 쏘며 "맞을 짓 말라"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 개인이 능멸을 당한 것은 물론이고 국민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참담해진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연장자를 배려하고 예의 바르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런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다"고 면박을 줬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에는 북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북한에 쌀 5만t을 보내기로 했으나, 북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시시껄렁한 물물 거래, 생색내기"라고 퇴짜를 놓았다.

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남한 공격용 미사일을 쏴도 문 대통령은 안전보장회의 한번 참석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군 통수권자로서 국가 보위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는 서면 브리핑으로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예의 주시하겠다"고만 했다. 북한에 대한 규탄은커녕 유감, 우려 표명조차 없었다. 여론 때문에 대책 논의하는 시늉만 낸 것이다. 한·미 연합 훈련은 시작 후에도 북한 비위를 맞추느라 이름조차 공개 못 해 '홍길동 훈련'으로 불린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남북 쇼'와 '한·일전' 외에 총선과 대선에 써먹을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갑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는 압박이다. 그게 되지 않으면 앞으로 더한 갑질도 할 가능성이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6/20190806033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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