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사포, 최대 속도 마하 6.9… '이스칸데르'에 맞먹는 속도
고도 낮아 탐지·요격 어렵고, 남한 주요 전략 목표 공격 가능
多重 방어체계 구축하고, 유사 시 발사 전에 타격해야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 5월 초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던 '실전(實戰)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간의 교전으로 5월 4~5일 이틀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로켓탄 700여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요격 미사일 '아이언 돔'으로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확률이 높았던 로켓 173발을 격추했다. 하지만 30여 발이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져 4명이 사망했다. 한 회사를 방문했을 때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로켓 공격으로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렸다. 점심 식사 중이었던 직원들은 차분하게 대피용 방으로 이동해 공습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대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40초 내에 방공호나 대피용 방으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며 "의무적으로 빌딩마다 두께 10㎝ 이상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공습 대비용 방을 만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이 회사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팔레스타인 로켓이 낙하해 민간인 1명이 사망했다. 적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 국민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북 신형 방사포, 유례 찾기 어려운 괴물 무기

북한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쏜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이냐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라며 김정은이 시찰하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만 보면 중국제(WS-2D)를 개량한 400㎜급(級) 신형 방사포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던 당초 평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형 방사포가 날아간 거리와 최대 고도, 속도 등만을 보면 군에서 탄도미사일로 '오판'할 만한 구석이 있다. 신형 방사포는 220~250㎞ 거리를 최대 고도 25~30㎞, 최대 속도 마하 6.9로 날아갔다. 보통 방사포는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리고 비행 고도는 높다. 북한 300㎜ 방사포의 경우 200㎞를 날아갈 때 최대 고도는 50~60㎞, 최대 속도는 마하 4.5 정도다. 그러니 군에선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종전(40~50㎞)보다 고도를 낮추고 거리를 줄여 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기술적 특성만을 놓고 보면 북한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괴물' 방사포를 만들어낸 셈이다. 국산 탄도미사일 개발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한 전문가는 "북한이 주장하는 신형 방사포는 원 모델로 알려진 중국제 방사포보다도 속도가 빠르다"며 "북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과학기술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괴물 무기'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괴물 방사포는 이스라엘을 공격해온 팔레스타인 로켓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무기다. 팔레스타인 로켓은 보통 사거리도 짧고 정확도도 떨어지는 조악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괴물 방사포의 출현에도 이스라엘과 같은 절박감과 위기의식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심지어 군에서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북 괴물 방사포는 신종 위협으로 부상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보다도 위협적인 측면이 있다. 이스칸데르처럼 정확하고 빠르지만 최대 비행고도가 이스칸데르보다 낮아 레이더 탐지 시간이 짧아지고 그만큼 요격이 어렵다. 더구나 방사포는 미사일보다 싸기 때문에 수십~수백 발을 한꺼번에 쏠 수 있다. 방사포에 대한 요격 수단은 현재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에도 없는 상태다. 괴물 방사포가 우리 군의 '전략무기'인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 등 공군기지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주한미군의 심장부인 평택·오산기지,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등을 요격을 피해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로켓·미사일 4중 방어체계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도 이스라엘식 다층(다중) 방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로켓과 각종 포탄, 미사일 등으로부터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저고도·근거리에서 고고도·장거리에 이르기까지 4중(重)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아이언 빔(레이저 무기), 아이언 돔, 데이비드 슬링(다윗의 물맷돌), 애로 2·3 미사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우리는 로켓·포탄 요격 무기는 없고 탄도미사일에 대응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괴물 방사포까지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는 만큼 더이상 요격 수단 확보에 소극적이어선 안 될 것이다.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에는 요격 미사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따로 놀고 있는 현실도 개선돼야 한다. 주한미군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군에서 주장하는 패트리엇 PAC-3 최신형(MSE형)이 배치돼 있지만 우리 군에는 2년 뒤에야 도입된다. 한국군이 사령관을, 주한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한·미 연합 미사일 방어사령부를 창설한다면 현재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몇 년 전 한·미 연합 미사일 방어사령부 창설에 대해 미군 측의 동의도 끌어냈지만 정작 한국군 내부 문제 때문에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소극적인 방어 수단 확보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이 신종 위협에 대해선 유사시 가급적 빨리 발견해 발사 전 타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폭형(自爆型) 스텔스 무인기 등 첨단 타격 수단, 지상 감시 정찰기, 소형 정찰위성 같은 감시 정찰 수단이 대폭 보강돼야 한다. 북한은 6일 새벽에도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이 큰 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또 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절박감의 절반이라도 위기의식을 갖고 이런 대책 마련을 서둘러주길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6/20190806033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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