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의 언론사 사장단과 나눈 점심 식사 자리에서 한 발언들이 프랑스에서도 화제거리가 됐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15일자에서 ‘북한의 지휘자가 입심을 늘어놓다’란 제목으로 한국 언론에 보도된 김 위원장의 발언을 희화적으로 전했다. 기사를 쓴 사람은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한 뒤 ‘거대한 거짓말의 나라에서’라는 르포를 쓴 적이 있는 로맹 프랑클린 기자. 이 기사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결국 북한보다 남한에서 더 유명해졌다”면서 “북한 방송에서 한번도 육성을 들려준 적이 없는 그가 46명의 한국 언론사 사장단을 초청한 만찬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북한 선전 매체들이 아주 진지하게 ‘21세기의 태양’이라고 부르는 그가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때 포도주를 원샷으로 털어넣는 사진을 실은 한국 언론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발언을 시작했다”고 전하면서 김 위원장을 포도주, 영화, 미사일광이라고 묘사했다. 김 위원장이 “과음하지 말라는 의사의 충고 때문에 술을 끊었다가 요즘엔 포도주만 마시는데, 포도주는 역시 프랑스 포도주가 최고”라고 한 데 대한 프랑스 언론다운 반응이었다. 또한 이 기사는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의 위성 개발비를 부담하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농담’이었다고 전하면서 김 위원장을 ‘익살스러운 독재자’라고 촌평했다.

또 이 기사는 한국 언론사 사장단과의 만찬에 대해 “북한을 휩쓴 기아에 대한 어떤 질문도 공산주의 왕조의 넘버 원을 스쳐가지 않았다”면서 “한국 언론의 비판 정신을 약간 희미하게 만든 듯한 회식이었다”고 꼬집었다.

/파리=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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