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을 문제 삼으며 우리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t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최근 WFP 평양사무소와 실무 협의 과정에서 '남한 쌀 거부' 입장을 전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이 직접 주려던 식량을 퇴짜 놓은 적은 있어도 WFP를 통한 간접 지원까지 걷어찬 경우는 없었다. 통일부는 "북의 최종 답변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지만 북은 한·미 훈련을 빌미로 김정은이 약속했던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마저 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 식량난이 정말인지 의심된다'는 지적에도 식량 지원을 밀어붙였다. 북이 1분기 식량보다 과일·담배를 더 많이 수입했고 장마당 쌀값에 변동이 없는데도 지난 6월 세금 1300억원이 들어가는 쌀 5만t 지원을 확정했다. "올해 북 식량이 136만t 부족하다"는 WFP 발표가 사실상 유일한 지원 근거였다. '대북 제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는 "인도적 지원은 제재와 무관하다"고 무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식량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말치레와 생색내기" "시시껄렁한 물물 거래"라고 깔아뭉갰다.

지난 4월 김정은이 "오지랖 넓은 촉진자,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고 한 이후 북은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신형 단거리 미사일 도발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때였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에는 북 외무성 일개 국장이 나와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비핵화 협상은 미·북이 할 테니 '한국은 빠지라'고도 했다. 북이 무슨 모욕을 해도 우리 정부는 북 눈치를 살핀다. 북한 하나 보고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그런 처지라는 걸 누구보다 북한이 제일 잘 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4/20190724026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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