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보증에 국민 안전과 세금 담보로 제공
영변과 개성 매칭 협상 시작되면 북의 '핵보유국 군축 협상' 아닌가
 

김광일 논설위원
김광일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이른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란 것에 대해 연거푸 보증을 서고 있다. 보증엔 담보가 필요한데, 대통령 개인 담보는 없고, 국민 안전과 세금만 담보다. 혹 총선도 담보로? 그럴 순 있겠다. 아무튼 제재 완화와 경협에 이어 체제 보장을 거론 중이라면 빚보증은 물론 신원보증까지 선 셈이다. 대단(?)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김의 행동이 아닌 '의지'를 보증했다. 처음 본다. 그런 보증도 있나. 국제법상 독재자의 의지는 어떻게 보증하나. 결과가 '폭망'이면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보증서는 몇 년짜리일까. 3년 보증? 아니면 그 후까지?

A 국가가 B 체제를 보증한다면 그건 동맹 관계다. 문 대통령은 남북을 동맹으로 보는 걸까. 김에게 비핵화의 뜻이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를까. 그에게 '비핵 의지가 확고하다'고 되뇌는 건 최면 전략일까. 문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자기 충족 예언(self fulfillment prophecy)'을 실험 중인가.

문 대통령은 미·북 판문점 회동으로 '적대 종식'이 됐다고 했다. 상당히 자의적이다. 말하면 되리라고 믿는 주술에 가깝다. 그럼에도 북은 남쪽 유한 정권이 자기네 '종신 군주'에게 무한 보증을 선다고 하니 오지랖 넓은 척 말라고 퉁을 놓는다.

문 대통령은 김의 '비핵 의지'에 대해 연대 보증도 시도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북유럽 모두에서 굴욕적 거절을 당했다. 요즘 국민은 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를 걱정하고 있다. 반면 김은 오로지 트럼프의 보증서만 바라고 있다.

북은 9·19 남북 군사 합의로 큰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휴전선 남쪽 정보·정찰 자산을 눈멀게 했다. 똑딱선 한 척이 동해를 뚫으면서 테스트를 마쳤다. 그러나 김의 진짜 걱정은 다른 데 있다.

지난 5월 피터 팬타(Fanta) 미 국방부 핵 담당 부차관보가 워싱턴 세미나에서 질문을 받았다.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것인가?" 그가 답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이다."

이건 토마호크 미사일을 뜻하는데, 5~7kt급 저위력 핵탄두부터 200kt급 핵탄두까지 장착한다. 수천㎞ 떨어진 곳에서 적 지휘소의 창문을 뚫고 들어가 공중 분해할 만큼 바늘 끝 명중률을 자랑한다.

토마호크는 과거 미국이 적국 본토를 타격할 때 신호탄 역할을 했다. 1991년 걸프전(288발), 2001년 아프간전(50발), 2003년 이라크전(802발), 2011년 리비아 공습(124발) 때 그랬다.

지난 6월 24일 미 핵과학자회보(BAS)가 여론조사를 내놓았다. 미국인 3000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 33%가 '(북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면) 북한인 110만명을 사망케 해도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북은 세 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보텀 라인을 바꾼 적은 없지만, 요구 조건을 '제재 완화'에서 '체제 보장'으로 바꿨다. 김이 G20 회의를 전후로 시진핑과 푸틴을 통해 한·미에 전달한 핵심 메시지도 '체제 보장'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엊그제 오산 기지를 떠나면서 미 장병에게 말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핵무기도 갖고 있다. (…) (이 무기를) 절대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트럼프답다. 전반적 군비 보강을 강조하면서 미 핵무기 현대화를 언급했다. '영변'과 '개성'의 매칭 협상이 시작될 듯하다. 그건 아무리 유보가 많아도 북이 원하던 '핵보유국 군축 협상'이 된다. 북은 화살을 쏜 뒤에 과녁을 그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4/20190704037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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