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이 3일 북한 목선의 '해상 노크 귀순' 사건에 대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은폐 의혹의 핵심은 지난 15일 목선 최초 발견 장소에 대해 해경·경찰·합참검열단이 전부 '삼척항 입항'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는데 이틀 뒤 국방부 브리핑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둔갑한 이유와 경위였다. 삼척항까지 자력으로 '입항'했다면 '표류'가 아니라 '귀순'이라는 뜻이다. 김정은 심기를 건드릴 사안이다. 당시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친서를 교환하는 등 '미·북 쇼'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던 시점이었다. 북 목선 귀순 뉴스가 나가면 만에 하나 재를 뿌릴까 두려워 사실을 왜곡한 것 아닌가. 그래서 두 북한인을 몇 시간 조사하고 쫓기듯 돌려보낸 것 아닌가.

그러나 정부는 이날 합동 조사 결과 발표에서 "대북 군사 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 장소를 표현했다"고만 밝혔다. 북한 귀순자가 상륙해 우리 국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까지 했는데 무슨 보안상 이유가 있다는 건가. 누가, 왜, 어떻게 입항을 인근으로 바꿨는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으나 정부는 "관계 기관이 협의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군 관계자는 합참검열실이 '삼척항 입항'이라고 최초 보고를 했는데도 '인근'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그에 대한 판단은 상부 몫"이라고 한 바 있다. '상부'란 군 수뇌부나 청와대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 귀순 직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지하 벙커에서 별도 회의를 했고 청와대 안보실은 군·국정원·해경 등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특히 '인근' 발표의 진실을 밝히려면 대책을 주도한 청와대 직접 조사가 필수적이었다. 우리 현실에서 이런 왜곡은 청와대 지시 없이 일어날 수 없다. 김정은 눈치를 가장 살피는 곳도 청와대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은 청와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오히려 청와대가 조사 발표에 간여했다는 각종 의혹을 대신 부인했다.

이번 북 목선 사건의 문제는 두 가지다. 완전히 뻥 뚫린 군 경계 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군은 당장 오늘 북한군 특수부대가 목선을 타고 들어와도 또 뚫릴 것이다. 우리 군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 바로 청와대의 김정은 눈치 보기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군이 안보 보루라는 군의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누가 북 목선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3/20190703032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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