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북·미도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 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미·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정작 중요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는 한 발짝도 나아간 게 없다. 문 대통령 말처럼 적대 관계가 종식됐다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을 핵개발 명분으로 삼아온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북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앞으로 북핵 폐기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든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이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안보 최고 책임자의 책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낙관론을 펴면서 일본의 무역 보복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직접 나서 "WTO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압박해 오는데 국무회의서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산업자원부에 맡긴다고 한다. 우리 대법원 판결 때문에 외교 충돌로 번진 사안을 어떻게 산자부가 해결하나. 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 한 것을 '사법 적폐'로 몰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런 입장인 것은 일본이 실제로 보복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보복이 국내에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켜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것도 없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아베도 보복 조치 후 일본 국내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양쪽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부딪치면 예상치 못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2/20190702036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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