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의 '해상 노크 귀순' 사건을 초기에 조사했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최초 보고서에 '북 어선이 삼척항에 입항했다'고 명시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 목선 침투 지역을 관할하는 23사단과 동해 1함대의 경계 태세를 지적하는 내용도 담겼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사건 이틀 후 군 브리핑에서는 북한 목선이 발견된 곳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했고, 경계 태세에 대해선 "문제없었다"고 발표했다. 최초 검열실 보고서에서는 정확한 사실이 담겨 있었는데 브리핑에서는 엉뚱한 내용으로 바뀐 것이다. 군 관계자는 "검열실은 팩트만 보고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판단은 상부의 몫"이라고 했다. 윗선의 판단에 따라 최초 보고와 다른 브리핑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북한 목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사실을 주민들이 신고한 직후 해경과 경찰은 각각 군과 청와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런데도 군이 사실과 동떨어진 발표를 하자 "군이 경계 실패 사실을 감추기 위해 축소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군(합참 검열실) 역시 최초 보고를 정확히 올렸다는 것이다. 이번 북한 목선 사태는 군, 해경, 경찰 할 것 없이 현장 보고는 목선 발견 장소가 "삼척항 입항"으로 일치했다. 그런데도 국민 발표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핵심 사실이 바뀌었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지시한 것이 명백하다.

목선의 '삼척항 자진 입항'이면 탈북 귀순일 가능성이 크다.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해 끌고 왔다면 표류일 가능성이 크다. 탈북이면 김정은이 화를 내고 표류면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삼척항 입항'이 '삼척항 인근'으로 바뀌었다면 김정은 눈치를 본 것이다. 지금 김정은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기관은 청와대이고 군은 그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 결국 군 수뇌부가 일선 보고를 왜곡했거나, 아니면 청와대가 정치적 판단으로 왜곡을 지시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이번 사건은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목선에 탔던 4명 가운데 2명을 민간인으로 규정해 중앙 합동심문도 생략하고 몇 시간 조사하고 무엇에 쫓기듯 북한에 돌려보낸 점이나, 7일간 표류했다는 사람들이 면도를 깔끔히 하고 방금 다림질한 듯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것 등은 모두 일반인들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 인터넷에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일선에서 올라간 정확한 보고를 비틀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한 게 누군지부터 먼저 밝혀야 근거 없는 의혹들도 가라앉힐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8/20190628032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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