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27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는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조·미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직접 마주 앉으면 되는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에도 내비친 '미·북 중재 역할' 구상을 북의 일개 국장급이 대놓고 부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인터뷰에서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북 국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다양한 (남북)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는 것처럼 광고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을 지목해 거짓말 말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제 집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고 민족의 이익을 위한 당사자가 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워싱턴까지 날아가 3분짜리 단독 회담을 했다는 수모를 겪어가며 '굿 이너프 딜'이라는 생소한 중재안을 전달한 다음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지랖'이란 모욕적 표현은 못 들은 척하며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한 (김정은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어이없는 해석을 내놨다. '김정은 쇼' 미련이 도를 넘었다.

북 선전 도구인 '우리민족끼리'는 27일 문 대통령의 연설까지 직접 겨냥했다. 문 대통령이 스웨덴에서 "북은 핵 폐기 의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겨냥해 "어처구니없다" "경악 금치 못한다" "생억지"라고 비난했다. "궤변" "낭설"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하루 전 외신 회견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했는데 이런 답이 돌아왔다.

북이 이러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과 갈라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는 압박이다. 그걸 못한다면 이제 이용 가치가 없으니 차버리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차버리면 무엇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느냐고 위협하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 대표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남북 쇼 없이 총선을 치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총선 압박을 느끼는 문 대통령도 속생각은 이럴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 유혹에 넘어가 북 의도에 말려들면 우리 은행과 기업이 제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7/20190627041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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