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일보의 17일 자 1면 머리기사는 눈을 의심케 했다. '남북 평화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가 큰 제목이었다. 기사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이제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내세웠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국방을 한다고 내세우는 것을 보니 나라 전체가 무슨 코미디 판을 벌이는 것 같다. 60만 국군 장병이 이 신문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겠나. 북한의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참관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다. 우리 장병들은 "평화를 지키는 데 군사력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 국방일보는 인터넷판에선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

지난 15일 삼척항에 들어온 북 어선을 둘러싼 희극 같은 일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북한인 귀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는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귀순병이 우리 초소를 노크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는 '노크 귀순'도 있다. 그러나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군 실상과 이 사건이 겹치니 지금 국방이 존재하느냐는 의문까지 드는 것이다.

군경이 "소형 목선이라 레이더 탐지가 어려웠다"고 한 해명은 일리가 없지 않다. 실제로 레이더는 만능이 아니다. 작은 목선과 파도 반사파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북 어선은 12일 저녁 9시쯤 동해 NLL을 넘은 이후 130㎞를 남하해 15일 오전 6시 20분쯤 삼척항에 줄을 묶을 때까지 57시간 넘게 우리 동해상에 있었다. 아무리 레이더 탐지가 제한적이라지만 이것은 도를 넘은 것 아닌가.

군은 경계망이 뚫린 부분을 축소·은폐하려 했다. 애초 군경은 북 어선이 "삼척항 인근 앞바다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부두에 정박한 뒤에야 주민 신고로 포착됐다. 승선한 북 주민 4명 중 2명은 육지에 올라왔고 그중 한 명이 우리 주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까지 했다. 군이 발표한 '앞바다 발견'과는 동떨어진 사실들이다.

군은 15일 "떠내려 왔다"고 했었다. 표류라는 것이다. 그러나 18일에는 "4명 중 2명은 처음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북 어선은 14일 밤 엔진을 끄고 삼척 인근 먼바다에 숨어 있다가 15일 일출이 시작되자 삼척항에 접근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온 '표류'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내려온 '귀순'이다. 북은 해상 귀순자가 발생하면 '납치'라고 생떼를 쓴 전례가 있다. 정권이 북과 '대화 쇼'에 매달리자 국방부도 그 눈치를 보고 '귀순'을 '표류'라고 속인 것 아닌가. 경계가 뚫린 것도 불안한데 정신은 온통 정권의 심기 맞추기에만 맞춰져 있고 어설픈 거짓말까지 한다. 지금 군은 나라를 지키는 힘인가, 진급시켜 주는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집단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9/20190619037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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