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와 '북한'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내년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 게 전부였다. 현충일은 6·25 참화를 당한 뒤인 1956년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현충원에 잠든 대부분 영령도 6·25 전사자들이다. 이런 날에 국군통수권자가 '6·25'를 일부러 빠트린 이상한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재작년 현충일 때도 '6·25'와 침략 주체인 '북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후 세 차례 현충일을 거치는 동안 한 번도 6·25를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다. 광복절날 나라를 되찾은 역사를 말하지 않고, 제헌절날 헌법 얘기를 안 하고, 5·18 기념식에 가서 5·18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동맹의 가치를 헌신짝 취급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조차 이번 주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행사를 위해 유럽까지 날아가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90대 노병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하는가 하면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기도문을 낭독했다. 문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6·25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과 김정은 서울 답방에 목을 매고 있다. 이것으로 북핵 폐기가 이뤄진다면 그래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국과 핵 문제를 논의할 생각 자체가 없다. '주제넘게 나서지 말라'고 한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가 실질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다.

여권은 김정은 쇼로 작년 지방선거를 석권했다. 그러나 중대한 총선을 10개월 앞둔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정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났고 달라질 여지도 적다. 남은 것은 남북 관계 하나밖에 없다. 어떻게든 김정은 쇼를 다시 펼치려면 김정은의 심사를 조금도 거스를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희생된 군인들 추모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심지어 북한과 관련 없는 순직 군인 추모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이 외에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대통령이 3년 연속 현충일에 '6·25'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6·25 남침에 공을 세워 김일성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인물을 국군의 뿌리라고 추켜세운 것은 이 연장 선상에 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천안함 폭침, 연평해전 희생자 유족들이 포함된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손을 맞잡은 사진이 수록된 책자를 나눠줬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충격으로 급체해서 식사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이들의 아픔을 보듬기는 커녕 되려 상처를 후벼팠다. 이 정권 사람들이 '김정은 총선'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이 행태들은 계속될 것이고 국민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7/20190607029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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