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항공기가 북한측 이산가족을 태우고 서울로 왔다. 이 비행기는 다시 남한측 이산가족을 싣고 평양에 내렸다. 북한 항공기의 역사적인 첫 남한 방문이었다. 그리고 몇시간 뒤 서울과 평양에선 동시에 ‘환희의 곡(곡)’이 울려퍼졌다. 분단으로 인한 혈육 생이별, 반세기 동안의 한(한)과 애탐을 한순간에 접고, 서로를 부둥켜 안고 위로한 COEX 단체상봉장의 모습은 그 규모와 감격의 밀도 때문에 말 그대로 장관을 이루었다.

당연히 세계의 이목도 서울과 평양, 잔존하는 냉전을 상징해온 한반도의 두 도시로 집중됐다. 지난 6월, 평양 순안공항에 마주 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세계는 오랜 미지의 성(성)을 스스로 열어젖힌 북한에 대한 호기심 반, 감동 반의 느낌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15일 양측 이산가족들의 상봉 장면에서는 ‘피’와 ‘민족’의 실체를 느끼고, 나아가 인간과 역사에 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어느 미국 기자는 워커힐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와이드 비전을 응시하며 “정 많은 한국인들이 수십년 만에 만나는 모습이 어떨지 대충 짐작은 했지만, 새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방문단에 포함되지 않은 숱한 다른 가족들도 하루 빨리 재회했으면 좋겠다”며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 신문의 서울 파견기자는 “세계인의 축복 속에 어렵게 일궈낸 화해인 만큼, 잘 가꾸고 살려 진정한 통일을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그들은 남·북한이 정상회담에 이은 이번 이산가족 교환방문으로 통일과 대화합으로 향하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아직은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지적하면서도, 지구촌은 한결같이 한반도의 이번 대사(대사)가 통일까지 무사히 연결되길 간구하고 있었다.

/이충일 사회부기자 ci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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