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한·미 군 수뇌부를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단도미사일'이라고 했다가 '실수'라고 정정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는 최근 북한의 '단도미사일'을 포함한 발사체의 발사에 대한 대응에서도 아주 빛이 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도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을 언급하려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에 대해 '불상 발사체' 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적이 없다. '탄도미사일'이 되면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 된다. 이 때문에 북이 제재를 받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알려지자 '정부의 판단이 바뀐 것이냐'는 문의가 이어졌고, 국방부도 청와대에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단도미사일'이었고 이는 '단거리 미사일'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례적으로 "대변인이 대통령에게 '탄도미사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맞나요'라고 물었고 대통령이 '제가 그랬나요. 단거리 미사일이죠'라고 답했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단거리'를 '단도'로 잘못 말할 수도 있는지를 떠나서 무슨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청와대는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유독 북한과 관련해선 너무 쉽게 '잘못했다'고 하고 '대통령의 실수' 탓까지 한다. 남북 이벤트에 목을 매며 식량 지원까지 하겠다는 정부로선 '탄도미사일' 발언으로 북한의 심기를 거스를까 걱정이 앞섰을 것이지만 지켜보는 국민은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지금 전 세계 전문가들이 북한 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탄도미사일'이 사실상 금기어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4일 북한의 첫 발사 직후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발사체'라고 정정을 했고, 9일 두 번째 발사 후에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했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못 부르는 홍길동 군대"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2주 넘게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명백한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문 대통령도 헷갈려 '단도미사일'이라는 희한한 표현까지 나온 것 아니겠나. 적(敵)과도 협상을 해야 하지만 국가 안보가 장난처럼 되거나 희화화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 더한 일들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1/20190521034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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