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2일 남한 언론사 사장단에 ‘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장시간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대신 시종 ‘로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평화적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북한 역시 “자존심을 세우고 열강대국에 맞서기 위해”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뜻임을 내비쳤다. 그는 이와 별도로 미사일 개발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고 이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영수(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민감한 현안은 언급 않는 것이 상식인데, 김 위원장이 스스로 거론한 것으로 볼 때 의도적인 메시지 전달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성윤(강성윤)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한편으론 평화적 목적의 로켓 개발이라고 주장하면서, 또 한편으론 자신의 힘은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여 그 힘의 원천인 미사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결국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포기시키려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할 각오를 하라는 메시지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환(손영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북한은 과거 북미 미사일 회담에서 연간 10억달러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제의를 한 바 있는데 김 위원장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과거 북한이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임을 강조하며 경수로 등 상당한 대가를 얻어냈던 핵 카드 모델을 다시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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