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남한의) 외세와의 합동 군사연습은 물론 단독적인 군사훈련도 항구적 평화를 갈망하는 겨레의 지향에 대한 도전"이라며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북의 이런 언급은 신형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해 위기를 고조시킨 뒤 나왔다. 북한이 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궤도가 복잡하고 하강 시 방향 조정이 가능해 요격이 어렵다. 우리 군의 핵미사일 대응 체제를 무력화시킬 만큼 위협적이다. 외국 전문가들은 "명백히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가 하는 군사훈련은 북이 선제 도발을 해왔을 때에 대비한 방어 개념으로 돼 있다. 그나마 작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줄줄이 중단 내지 축소 재조정됐고 방어에 이은 반격 훈련은 아예 없앴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이 "걱정스럽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북 외무성 대변인은 한국의 군사훈련은 '전쟁 연습'이라고 하고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자체 방어적 훈련'이라고 했다.

북 선전 매체들은 우리 정부의 식량 지원 방침에 대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 내기" "시시껄렁한 물물 거래"라고 깔아뭉개면서 "북남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풀라"고 했다. 남북 간의 본격적인 경제 협력을 위해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는 것이다.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겠으면 더 이상 외세에 끌려다니지 말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이라도 먼저 재개하라는 압박이다.

북은 국제기구에 140만t의 긴급 식량 지원을 요청했고 세계식량계획(WFP)의 현지 실사를 받아들였다. 노동신문은 "쌀이 금보다 귀중하다"고 한 데 이어 "풀 먹는 집짐승을 기르는 군중적 운동을 벌이자"고 할 정도로 식량 사정이 다급하다. 그런데도 남한의 식량 지원 계획을 같잖다고 한 것은 북에 식량을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우리 정부가 어차피 식량을 지원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력 도발은 자신들이 해놓고 상대방 방어 훈련을 트집 잡고, 급하다는 식량 주겠다는 선의에 감사는커녕 다음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이다. 적반하장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3/20190513000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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