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오후 평안북도 구성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도 북한이 지난 4일 쏘았던 러시아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4일 발사 사진만 보고 단박에 미사일 종류를 구별해 냈고 현장 지도에 나선 김정은 책상 위엔 탄도미사일 궤적을 그린 도면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닷새가 지나도록 미사일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계속 "분석 중"이라는 입장이었다. 집권 2년 만에 모든 경제지표가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표 업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마저 파탄 났음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각각 270㎞, 420㎞ 날아간 사실이 확인되자 문 대통령도 "사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 미사일 발사가 "일종의 한·미 양국에 시위 성격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비핵화 대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 성격도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 역시 4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확실히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기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이 늘 자랑해 온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을 쏘지 않는다"는 약속이 깨졌다는 얘기를 듣기 싫었던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인 동시에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한 군사 합의를 어긴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대통령의 치적에 금이 갈까 염려하는 정치적 계산만 앞세워 "도발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미사일 발사 사실 자체를 인정 않거나 적당히 덮고 지나가려는 한·미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북은 또 한 차례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북한은 늘 한국과 미국의 정치 일정을 머릿속에 넣고 주판알을 굴려 가며 도발의 타이밍을 결정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날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평화, 일상이 되다'라는 제목 아래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손을 맞잡은 사진이 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추가 도발을 감행한 속셈은 뻔하다. 남쪽 정부를 확실히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고 싶으면 더 이상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할 생각을 말고 확실하게 북한 편에 서라는 경고다. 북한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압박해 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서두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39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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