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6·15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두 달째 되는 날이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남북 이산가족 재결합 추진’ ‘남과 북, 공동의 세계 일류국가 지향’이라는 남북관계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15일 평양으로 떠나는 이산가족 방북단 100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였다.

대부분 70이 넘은 이들 이산가족은 오찬 시작에 앞서 김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면서, “고맙다” “정말 감사하다”며, 김 대통령의 손을 잡고 한동안 놓을 줄을 몰랐다.

김 대통령에게 이산가족의 아픔을 털어놓으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건의사항도 내놓았다.

박영일(평북선천)씨는 “새천년을 시작하면서 전세계가 놀라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돼 감사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이산가족의 꿈이 이룩될 수 있도록 이산가족 방문사업을 계속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재경(황해 연백)씨도 “고향 버리고, 사랑과 가족을 버리고 떠나온 지 50여년이 됐다”면서, 평양방문의 실현에 눈물을 훔쳤다.

김찬하(평북 영변)씨는 “내가 사는 강화에서 600가구의 월남자 중 210명이 세상을 떠나고, 160명이 경제권이 없어 이번에 방북신청을 하지 못하고 기권했다”면서, 경제능력이 없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최학순(여·황해 은율)씨는 “죽은 줄만 알았던 여동생이 살아있어 너무 기뻤다”면서, “앞으로 동생과 같이 살고, 평화통일이 되어 남북이 자유왕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취임 초부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주장해왔으나 스스로도 언제 이뤄질지 자신하지 못했었다”면서, “이번에 못가신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시작이 반”이라면서, 앞으로 ▲상호방문 ▲면회소 설치 ▲편지왕래 ▲고향방문 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차 여러분은 북한에 가서 살든, 북한 가족이 남한에 와서 살든, 가족이 다시 결합하는 데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내달 추석을 전후해 경의선을 연결하는 기공식을 가진다는 ‘뉴스’를 밝힌 것도 이 자리에서였다.

김 대통령은 또 “북한경제가 좋아져야 전쟁의 위협이 없어진다”면서, “여러분이 남한 국민을 대표해서 가는 것인 만큼, 북한동포를 따뜻이 대해 민족이 절대 전쟁을 하지 않도록 화해협력해 남북이 힘을 합쳐 21세기에 일류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김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알리는 구체적 사안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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