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베트남에서 열린 미북(美北)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자 먹을 음식이 담긴 접시를 받지 않고 식탁에 음식을 놓은 뒤 나눠서 덜어 먹었다면 더 긍정적인 협상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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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보도 내용이다. 당시 메뉴는 새우 칵테일 전채에 배속 김치를 곁들인 채끝 구이 요리로, 각자 접시에 나눠서 서빙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에서 미국 코넬대의 케이틀린 울리 교수와 시카고대의 아엘렛 피시바흐 교수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심리 과학'에 실은 연구를 거론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처럼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가정식이 협상을 더 잘 이뤄지게 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 100쌍을 뽑아 한 사람은 노조, 다른 사람은 고용자가 돼 가상의 임금 협상을 하게 했다. 협상 전에 한쪽은 1인당 토르티야 20g과 살사 소스 25g을 따로 제공받아 먹었으며, 다른 쪽은 두 사람이 토르티야 40g과 소스 50g을 나눠 먹었다. 실험 결과, 음식을 각자 받은 그룹은 타결까지 13.2번의 협상을 한 반면 음식을 나눠 먹은 사람들은 평균 8.7번 만에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연구진은 "음식을 나눠 먹으면 한정된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험 결과는 식사 과정에서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게 돼 협동 행동을 이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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