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12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생산 능력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양보를 대가로 부분적 비핵화 협상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북 비핵화에 대한 평가는 미 정보기관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국가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 당국 수장들도 의회에서 '북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군 사령관과 정보 책임자들이 한목소리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평생을 안보에 바쳐온 전문가이다. 북한 정보를 매일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다. 지금 트럼프는 북핵 협상을 과장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런 대통령 휘하에 있는 공무원 신분으로 이 정도 말을 한다는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이 사실상 사기(詐欺)라고 밝히는 것과 같다.

데이비슨 사령관이 언급한 '부분적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핵 능력의 일부를 내놓고 그 대가로 제재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북이 핵폭탄을 수십 개 가졌든 단 한 개를 가졌든 한국민의 핵 인질 처지는 변하지 않는다. '부분적 비핵화'조차 그것을 신고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수많은 난관을 만들고 시간을 끌 수 있다. 결국 북이 핵보유국으로 가 는 길이다. 20여년 북핵 역사에서 거의 모든 협상이 신고·검증 단계에서 깨졌다. 이번 협상은 아직 신고·검증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모두 마치 북핵 폐기가 다 이뤄진 듯이 선전한다. 심지어 한국 대통령은 미국 정보 수장들, 북핵 담당 미 사령관이 말하는 '가짜 비핵화' 경계론을 '남북 적대 지속을 바라는 세력'이라고 비난까지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3/20190213032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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