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좌파의 '현대사 죽이기'는 몰이해 탓 아닌 '계획'된 행동
북한과의 연방제로 가기 위한 거대한 '역사 공정'일 수도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중국의 국가 행사 때마다 최고 지도자가 꼭 하는 일이 있다. 전임 지도자들을 치하(致賀)하는 일이다. 작년 12월 18일 개혁·개방 40주년 때 시진핑도 그랬다. "마오쩌둥 동지는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고, 덩샤오핑 동지는 개혁·개방의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장쩌민 동지는 3개 대표 사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목표를 제시했으며, 후진타오 동지는 과학적 발전관을 통해 전면적 소강(小康·물질적으로 안락함) 사회 건설에 이론적 창조를 이루었다."

이러한 찬사는 물론 '역사 해석 권한'을 독점한 중국 공산당의 일방적 결론이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이 사회 통합에 도움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한국은 중국보다 학문 연구가 자유롭고 토론을 통해 이견(異見)을 더 잘 조정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객관적 원칙과 기준 없이 이중 잣대로 인물을 평가하고, 역사를 반대파 공격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건국과 발전'의 역사가 '부끄러운 역사'로 둔갑해 청소년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이중 잣대로 인해 역사 인식에 혼란을 준 대표적 사례는 2003년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칭화대 발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존경하는 중국 정치인으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꼽았다. 두 사람은 중국을 '건국'하고 '경제 발전'을 이룬 지도자이지만, 동시에 수천만 자국민을 굶겨 죽이거나 탱크로 수천 대학생을 깔아 죽인 잔혹한 독재자이다. 노 대통령은 중국의 '독재자'는 존경하면서 우리의 '건국'(이승만)과 '경제 발전'(박정희)의 주역은 깎아내렸다. 역사적 인물 평가에서 형평성을 잃은 것이다.

한국 현대사는 중국보다 백 배는 열악한 상황에서 '건국'과 '발전'을 이룬 놀라운 여정이었다. 이승만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최빈국에 유엔이 인정한 자유민주 정부를 세웠고, 한·미동맹으로 한반도 평화 환경을 만들었다. 박정희는 '배고픔'을 숙명으로 알던 국민을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일어서게 했고, 세계의 조롱을 딛고 중화학공업을 키워 경제 도약을 이루었다. 공고(工高)나 상고(商高)를 졸업해도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희망을 심었다.

그러나 한국 좌파는 여기에 '친일(親日)'과 '독재'의 딱지를 붙여 집요하게 공격했다. "해방 후 70년은 친일과 변절자를 위한 조국이었다"는 2015년 이종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이들의 역사관을 상징한다. 한국 좌파의 '현대사 죽이기'는 실수나 몰이해 탓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철저히 계획된 행동이다.

문재인 정권은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계기로 '반일(反日) 민족주의'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려 한다. 이승만-박정희를 '친일 프레임'에 가두고 한국 현대사 전체를 '민중사관'으로 뒤집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이 채택한 역사 보조 교재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임을 부정하고, 일부 중·고교 교사는 '김일성 무장투쟁이 민족의 정통 역사'라는 시각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이승만-박정희 죽이기'는 북한과의 연방제로 가기 위한 거대한 '역사 공정'이란 것을. 문 정권이 지난해 초 '자유'를 삭제한 헌법 개정안을 낸 데서 이미 그 의도가 드러났다. 1 5일 발간된 문 정권 아래 첫 국방백서는 '북한군은 우리의 적(敵)'이란 문구까지 삭제했다.

이러한 흐름을 방치하면 해방 후 한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성공의 역사가 송두리째 말살되고, 그 자리를 지구상에서 가장 실패한 전체주의 왕조인 김일성 일가 3대(代)의 역사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제 국민은 '제2의 건국'을 하는 심정으로 거대한 음모에 맞설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5/20190115033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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