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봉 이후 만찬 스케치

남측 이산가족들은 15일 오후 숙소인 고려호텔에서의 단체상봉에 이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 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한 뒤 고려호텔로 돌아와 평양의 첫 밤을 보냈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된 만찬에서 이산가족들은 조금전 북쪽 가족들과의 50년 만의 해후에 대한 흥분과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다소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북한 가족들은 돌아가고 자신들만 만찬에 참석해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북측 안내원들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식탁에 놓인 인삼술 등을 권했다.

북측은 만찬에 고기종합보쌈, 생선묵, 감자무침, 김치, 쉬움떡(일명 술떡, 기지떡), 메추리알국, 볶음밥, 닭강냉이즙, 칠색송어구이, 버섯완자볶음, 수박, 인삼차 등을 준비했다.

만찬장에는 ‘반갑습니다’ ‘아리랑’ ‘나의 살던 고향’ 등 우리 귀에 익은 음악들이 연주됐으며, 내각 사무국 소속 대외봉사총국에서 파견된 40여명의 남성 의례원(접대원)들이 시중을 들었다. 의례원 김철(32)씨는 “50년 만에 찾아온 남측 동포들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도록 성심성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언 위원장은 만찬사에서 “오늘 이 뜻깊은 자리가 가족적 범위를 벗어나 분열의 비극을 끝장내고 화해와 통일의 새 전기를 마련하는 민족사적 대업을 성취하는 데 기여하게 되도록 뜻과 마음을 합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남측 단장인 장충식(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가장 시급한 인도적 사업”이라면서 “우리 적십자들이 더 늦기 전에 한 명의 이산가족들이라도 생사를 확인하고 편지를 교환하며 다시 만나 함께 여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서울 상봉 이후 만찬 스케치

상봉을 끝낸 북측 이산가족들은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코엑스 1층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만찬장에는150개의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날 만찬을 주최한 대한적십자사는 적십자 관계자들 100여명과 통일부 관계자들 100여명 등을 초청, 북측 방문자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배치했다.

남측 가족들은 가족들끼리 따로 테이블을 마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1000여명이 참석한 만찬은 상봉 시간이 길어진 탓에 예정보다 늦은 7시30분쯤 시작됐다. 봉두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와 류미영 북한 측 방문단장의 축배 제의로 만찬은 시작됐다. 류 단장은 “우리 늙은이들이 죽기 전에 가족을 만나 소원을 플었다”며 “통일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의했다. 축배에 사용된 술은 국산 마주앙 백포도주. 이 밖에도 테이블에는 안동소주와 백세주 등 국산 전통 술이 제공됐다.

식사가 진행되면서 서먹서먹했던 남측 관계자들과 북측 방문단원들은 서로 술잔을 돌리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만찬은 9시쯤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모든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일어나 ‘우리의 소원’을 부르면서 끝났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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