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아프지만 이를 악물고 만나러 왔어…. ”

척추질환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는 꼼짝도 못하는 김금자(69)씨는 사촌 언니 금도(72), 금년(69)씨를 만나자마자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사촌들도 금자씨를 보자 “이렇게 아픈데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금자씨는 “내 걷지는 못해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반드시 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 목숨을 걸고 왔다”며 “이제 여기서 쓰러져도 아무 여한이 없다”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금자씨는 그러나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오빠 이후(71)씨가 고혈압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오열했다. 금자씨는 방북 전 “오빠를 만나러 북한에 간다”고 했었다.

금자씨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울음을 멈추지 않자 사촌들은 남측 안내원들에게 “동생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금자씨는 20여년 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벅지에 심한 통증을 앓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허리까지 아파 바깥 출입조차 못했다고 한 안내원이 전했다. 금자씨는 불편한 몸 때문에 이산상봉 방북 후보자 건강진단에서 탈락할 뻔 했다가 막판에 구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 순안비행장에 내릴 때도 금자씨는 고려항공 승무원과 남한 측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트랩을 내렸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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