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에 대비해 발빠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대북 수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24일 파주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제공
▲ 지난 4월 24일 파주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남북관계 화해기류를 타고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 ‘제2 개성공단’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정부와 경기도는 경기도 파주 일대에 남북 경제협력 차원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통업계는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경쟁력 있는 자사 제품을 내세워 북한 시장을 두드리겠다는 목표다. 신원 관계자는 1일 “북한 개성공단은 생산의 질도 우수하고 임금도 저렴해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며 “언제든지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내부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비키·씨·지이크 등의 패션 브랜드를 제조·판매하는 신원 (2,970원▲ 30 1.02%)은 2004년 개성공단에 진출했다. 이 회사의 개성공단 본단지 신규공장은 2층 건물로 공단 내 최대 규모였다. 주재원 18명과 현지인 3600명이 이곳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2016년 2월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던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

과거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던 120여개 기업 중 60%가 패션·섬유업체다. 신원을 비롯해 인디에프, 좋은사람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남북관계 해빙 기류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과거 진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재입주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신원 관계자는 “2013년, 2016년 두 차례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만큼 향후에는 입점 전에 재발 방지책 등 보호 장치가 선행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2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2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생활용품 업체들도 대북 수출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남한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어서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최근 훈풍이 불고 있는 남북관계는 기대할만한 부분”이라며 “저출산 문제로 내수 위주의 회사들이 굉장히 어려워 고민인데 (2500만명의 소비자를 가진)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 쪽에 편입되면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축복일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도 “경제 소득 격차가 있기 때문에 얼마나 소비가 증가할지는 예측이 어렵지만 그동안 없었던 새 시장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체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으로의 유통 등 대북수출 제안이 오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고전해 온 식품업계도 남북 경제교류 활성화를 반기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전반적으로 우유시장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한으로의) 판로가 생긴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매시장 규모는 2016년 1조8390억원으로, 2014년 1조8690억원에 이어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농심 (316,000원▼ 6,000 -1.86%)과 오리온 (24,300원▲ 50 0.21%)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긍정적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개성공단에서 인기를 끈) 초코파이는 남북 간 평화의 상징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돼 납품 요청이 다시 온다면 물건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심 신라면은 중국 등을 통해 북한에 밀수입돼 야시장 등에서 인기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심 관계자는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라면업계도 수혜를 볼 것 같다”며 “공식적으로 납품 요청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30/2018043002010.html#csidx895563d223e5a56be778ab4b6353ae6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