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대화 국면에 변호사들 “북한 알자”
법률은 물론 계급·조세⋅경제 시스템까지
수업 듣고 세미나·연구회 꾸려가며 연구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변호사들이 다시 ‘북한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 개성공단 진출 기업 자문, 금강산 지구 내 합자회사 설립 등으로 국한돼있던 로펌의 대북(對北) 관련 업무·연구가 확장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자문을 넘어 북한법 체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사회구조와 조세⋅경제 분야 등 전반적 시스템을 공부하는 분위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서울변회 통일법제특별위원회의 연구를 돕기 위해 자료 제공 등 지원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북한과 관련된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고 연구를 위한 데이터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변회 산하 통일법제특위는 북한의 변호사 제도와 통일법제 공법, 북한의 저작물 이용에 관한 분쟁, 경협 과정에서의 분쟁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지난 3일 평양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국내 로펌의 북한 관련 업무는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기업의 자문, 금강산 국제관광지대 내 합자회사 설립 자문 등으로 제한돼있었다. 이마저도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에는 대부분 없어졌다. 동시에 북한, 통일 관련 로펌들의 연구도 주춤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이면서다. 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과 공동훈련·단일팀 구성 외에도 문화교류와 남북정상회담까지 불과 세 달여만에 남북을 둘러싼 기류가 크게 변했다.

이에 힘입어 변호사 업계에도 ‘북한 열공모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려 민간 교류가 재개되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문제 등 법률 수요가 생길 것을 염두한 로펌들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있다. 유산상속과 가족관계 등도 중요 이슈다. 개인적으로 스터티 그룹이나 사모임을 꾸려 공부하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주요 사항과 법적 절차, 국제 제재, 정전(停戰)·종전(終戰)협정, 다자안보체제 등에 대한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다. 유욱(55·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 등 북한팀이 주축이다. 태평양은 북한의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투자, 보험 분쟁, 손해배상 등 자문 업무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외부 북한법·통일법제 전문가를 초청해 매년 ‘광장 통일법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광장 통일법제팀 구성원 가운데는 자발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선 경우도 많다. 권순엽(61) 미국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형섭(41·36기) 변호사는 학술단체 ‘모자이크 코리아’와 연계해 한반도 통일 이후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에 참여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 플래닝’은 올해 결과물을 낸다.

법무법인 세종의 남북경협팀은 조용준(59·17기), 이수현(48·30기) 변호사 등 10여명이 모여 북한과 남북경협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시장경제화 과정에서의 법률적 문제와 대응방안’을 펴냈다. 이 외에도 △북한의 법제 현황 △남북경협 관련 법제에 대한 연구 △북한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연구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북한 관련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류한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병수(52·27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10명 규모의 남북경협TF팀을 꾸렸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특수법령과(현 통일법무과)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북한 투자 자산에 대한 손해 발생 시 보상 관련 자문’, ‘남북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절차 관련 자문’ 등을 수행했다. 한수연(40·36기) 변호사 등이 북한노동법을 비롯한 대북관련 투자 기업법무·조세 등에 관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14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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