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

북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면서 남북 문화 교류에도 기대감이 일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남북문화교류협력 특별전담반(TF)'을 구성했다. 평창올림픽 진행과 별개로 남북 문화교류의 폭을 넓히고자 가동됐다.

김현모 문체부 정책기획관은 "당장은 평창올림픽에 집중하지만, 올림픽 이후 교류를 내다보고 구성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건 없다. 남북 협의와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안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남북 문화 교류는 경색됐다. 지난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한 달 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그나마 유지되던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사업과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도 중단됐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문화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싹 트기 시작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 당시 북한과 문화 교류에 대해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과 겨레말 큰사전 사업을 공동으로 하다가 중단된 외에 같이 공유한 사업이 없다면서 "문화체육의 교류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과거 남북문화교류는 무엇이 있었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0년대 전후 남북 문화교류가 가장 활발히 이뤄졌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도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2002년에는 가수 이미자와 윤도현 밴드가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했다. 2003년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코미디언 송해와 북한 여성방송원 전성희가 공동으로 진행한 '평양노래자랑'은 남북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2005년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서 마지막에 울려 퍼진 '홀로 아리랑'을 북한 관객 대다수가 따라 부른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기도 한다.

또한 2005년에는 핑클 출신 톱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호흡을 맞춘 삼성 애니콜 CF가 전파를 타 화제가 됐다.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이 진행됐으나, 북한 현지인을 모델로 출연시켜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조명애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미녀 응원단'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와 별개로 영화 쪽에서도 합작 추진이 진행됐다. 지난 2000년 영화기획사 NS21가 춘사(春史) 나운규(羅雲奎)의 일대기를 그릴 영화 '아리랑' 제작을 남북합작으로 의논한 바 있다.

◇평창에서 모란봉악단을 볼 수 있을까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에 예술단을 포함시키면서 어떤 예술단체가 방문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모란봉 악단'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최근 '북한판 소녀시대'로 통하며 인터넷에서도 화제를 모은 북한 걸그룹으로, 상징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12년 창단 공연 당시 반짝이는 의상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전자악기를 활용한 음악을 선보이는 등 기존 북한 예술단체에 대한 편견을 깨는 파격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이 조직한 청봉악단과 북한 문화예술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공훈국가합창단, 2008년 2월 뉴욕필하모닉의 평양공연 때 협연하기도 한 국립교향악단 등도 거론된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남북이 함께 하는 합동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문화교류, 멀게 내다봐야

남북문화교류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같은 스포츠 분야의 교류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민간 교류에 힘을 실을 수 있다.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직접 지휘하고 젊은 단원들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한 지휘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처럼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독려할 수 있는 계기가 생 기는 것이다. 금강산, 개성 등 북한 관광 역시 활발해질 수 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북한에서도 인기를 끄는 등 문화는 자연스럽게 남북한 사람들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문화는 정부가 나서지 않고도 교류가 가능한 분야라 정치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시간을 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천천히 협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1/201801110099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