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동문 영화관에 ‘춘향뎐’이 걸리고 낙원 영화관에 ‘비천무’ 보러 관객들이 줄서는 풍경이 생길까?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5일 언론사 사장단 방북 때 북한에 가져가겠다고 밝힌 ‘춘향뎐’과 ‘비천무’ ‘8월의 크리스마스’ ‘내 마음의 풍금’ 등 4편의 영화는 일단 ‘선물용’이란 외양을 띠지만, 국내 영화의 북한 상영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금석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전국에서 상영중인 ‘비천무’를 제외한 3편은 모두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며 이념적 색채가 거의 없는 것들이다. 김희선·심은하·전도연 등 현재 인기정상의 여배우들이 각각 출연하고 있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영화들을 접해온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한국 영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상영-방영된 일은 없다. 영화를 중요한 선전 수단이자 대중 예술로 여겨온 사회주의 국가 전통대로, 북한도 해마다 상당 규모의 영화를 제작, 상영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펴낸 ‘북한 주민의 문화 향수실태 연구’(96년)에 따르면 80년대 후반 기준으로, 북한의 20세 이상 인구 중 한사람이 1년에 본 영화는 평균 17.8편. 영화관 뿐 아니라 시군 문화회관, 공장과 기업, 협동 농장 내 관람시설을 포함, 연간 63만5300회 상영된 것으로 집계됐다.

/박선이기자 sunny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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