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간 몸싸움이 한창이던 지난주 일간지 정치면에 재미있는 사진이 한 장 실렸다. 서교동에 있는 김종호 국회부의장 자택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자장면을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야당인사들에게 배달된 자장면이 100그릇이 넘었다고 한다. 근처 중국 음식점 주인들은 뜻하지 않은 주문에 희색이 만면했을 것이고 배달원들의 오토바이 행렬 역시 장관을 이뤘을 터이다.

지난 6월 로비스트 린다 김의 집 앞. 그녀의 행적 하나하나를 취재하기 위해 논현동 한 골목길은 수많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때도 호황을 누린 곳이 부근의 중국 음식점. 자리를 뜰 수 없는 보도진에 자장면은 취재의 필수요소다. 한 중국 음식점에서는 스티커와 메뉴를 보도진에 돌리며 ‘로비’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한 컷.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첫 서울 공연을 가진 5월 27일 예술의전당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100여명의 보도진이 몰려든 이날 예술의전당에도 서른 그릇이 넘는 자장면이 동시에 배달됐다.

그리고 오는 8·15를 기해 남북화해주간이 선포되고 북한에서 교향악단이 서울을 찾는다는 소식이다. 수많은 취재진이 다시 몰려들 것이다.

엄청난 배달물량에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던 서교동, 역삼동과 달리 공연장 앞 중국 음식점은 일시적 매출신장을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도 좋다. 이날 배달될 자장면은 남과 북의 하모니라는 아름다운 소식에 쓰일 것이므로.

/ 고 희 경 예술의전당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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