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휴대전화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매달 북한 돈 100원(약 129원)에 기본통화량 200분을 제공하는 저렴한 기본요금제 덕분이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1명이 2대의 휴대폰을 개통하는 ‘2대치기’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4일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체신성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합작으로 운영 중인 ‘고려링크’의 휴대전화 이용자 수가 240만명을 넘어섰다. 한 대북소식통은 “휴대전화 한 달 기본요금이 200분의 통화시간에 북한 돈 1000원을 받는데, 이는 현재 암시세(시장환율)를 기준으로 보면 무료나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200분의 기본통화량을 다 쓰고 난 뒤에는 통화 100분당 약 13달러(북한 돈 10만 4000원)에 달하는 막대한 추가요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 주민, 특히 휴대전화 사용이 잦은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통화요금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1대 더 장만하는 일명 ‘2대치기’ 수법이 퍼지고 있다. 휴대전화 기본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추가 요금을 내기보다 아예 휴대전화를 2대를 개통하는 것이다.

북한은 휴대전화 사업 시작 당시부터 휴대전화 보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중앙·지방의 당 간부와 보위부·보안부 요원들에게 업무용 휴대전화가 무료로 지급되기도 했다.

현재 평양과 각도 소재 체신국에는 고려링크의 대리점이 개설돼 휴대전화를 판매하거나 휴대전화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대리점이 없는 지방에서는 각도 대리점에 휴대전화 가입 신청서를 보내고, 대리점에서는 이를 검토한 뒤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매달 요금도 물린다”면서 “휴대전화 사업이 시작된 이후 대리점 직원들의 생활 수준이 대폭 향상됐다. 휴대전화 한 대를 팔면 중국 돈 50위안(북한 돈 약 6만4000원)씩 남겨 상당한 수입이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휴대전화 기본요금을 저렴하게 정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 간부들의 사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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