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4일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회담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열의를 표시했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콸라룸푸르 시내 숙소에서 마하티르 총리와 만나는 동안 '여러 차례' 한반도 통일에 대한 희망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한국과 화해하고 싶어한다는 뜻을 보였으며, 마하티르 총리는 이에 남북한 통일노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배석한 아즈미 할리드 외무장관 대행은 '북한은 한반도 통일 노력에 강한 열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목한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악의 축' 국가에 관해 간단히 언급했다고 아즈미 장관대행은 전했으나 발언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아즈미 장관대행은 두 지도자가 `악의 축' 문제와 관련, 그 해결책으로 테러의 근원이 되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각국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합치했다고 전했다.

아즈미 장관대행은 회담 내용을 인용, '테러 문제와 관련해 세계가 테러에 대해 같은 말만 되뇐다면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기만 한다. 하지만 일단 테러의 근원을 찾아내게 되면 `악의 축'이라는 문제도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초청 제의를 수락했다고 아즈미 장관대행은 말했으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과 말레이시아 관리들은 또 말레이시아산 야자유 도입 문제와 관련, 양국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말레이시아측이 이를 위해 1천만달러 상당의 신용을 보증하기로 했다. 양측은 문화교류와 관광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앞서 3일 콸라룸푸르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4일 의회에서 투안쿠 사예드 시라주딘 국왕의 극진한 영접을 받고 의장대를 사열한 뒤 메르데카 광장 등 콸라룸푸르의 명소를 둘러봤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에는 백남순 외무상과 리광근 대외무역상이 포함돼 있다. 김 위원장은 1973년 외교관계 수립이후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최고위급 북한 인사다.

김 위원장은 5일 오후 콸라룸푸르를 떠나기 전 세계 최고 건물인 페트로나스 타워와 말레이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더(MSC)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말레이시아 공보부 관계자는 이번 김 위원장 방문과 관련해 북한 대표단과 미국 관리들 사이의 회동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콸라룸푸르는 근래들어 북한의 미사일 개발문제나 한국전쟁 실종 미군유해 인도문제 등에 관해 북한과 미국 양측이 민감한 회담을 가진 장소로 이용돼왔다./콸라룸푸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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