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아시아에 대한 메시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것과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기존의 정책을 논리적으로 연관시키려고 노력해왔으나, 한반도 정책은 조심스러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기보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성향들의 불행한 결합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조건없는 대화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군사력 감축 등 특정 의제가 상정될 경우에 한해 추진할 것인지 관심이 북한정권의 경제개방을 회유하는 데 있는지, 아니면 미사일 수출 규제에만 있는지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키로 한 기본합의를 끝까지 이행할 것인지 여부 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명확한 답변은, 설사 남북한에 고통스러운 것일지라도 남북한 정부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LA 타임스는 17일 “한국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화해 노력을 관에 넣고 못을 박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분노를 거의 감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인들이 김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한 입장이 상충되지 않는다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의 언론과 노조·종교계에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성난 시위대가 부시 대통령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17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경제적인 유인(誘因)을 제공해 북한을 끌어내려는 수년간의 외교노력을 약화시켰다는 비난이 한국 언론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16일에는, 한국과의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악의 축’ 발언으로 인해 레임덕 상태인 김 대통령에게 정치적·개인적 타격을 주었고, 두 동맹국의 긴밀한 관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온 김 대통령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5일, 부시 대통령이 서울 방문 중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전통적인 우방과의 흠집난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