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를 통해 아태(아태)지역 다자외교 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백남순(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이날 사상 첫 남북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것을 비롯, 일본과 캐나다, 태국 등과 릴레이 회담을 가졌다.

○…사상 첫 일·북 외무회담에서 양측은 교착상태에 있는 수교 협상을 진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협의와 더불어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일본 외무상은 북한 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사건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8월21일부터 25일까지 제10차 수교 협상을 재개한다는 일정을 재확인했다.

백 외무상은 또 태국 수린 핏추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통해서 지난해 홍순경씨 납치사건으로 서먹서먹했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펼쳤다. 백은 회담 시작 전 “쌍무관계를 우호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핏추완 장관은 회담 후 “백 외상이 ‘미얀마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혀, 지난 83년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단절된 북·미얀마 관계가 변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백 외무상은 또 이날 저녁 늦게 로이드 액스워디 캐나다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구체적인 수교 조건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6명의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25일 방콕에 도착한 백 외무상은 일본을 포함한 각국 보도진들을 몰고 다니면서, 뉴스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전에는 국제회의장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만나도 상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도 남북 회담을 비롯, 일본·러시아·중국 외무장관, 스트로브 탈보트 미 국무부 부(부)장관과 연쇄회담을 갖는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 장관은 탕자쉬안(당가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9월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 때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주석간의 한·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 주룽지(주용기) 총리의 방한도 원칙 합의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화해 태도를 지속시키기 위한 한·중의 협력 방안도 깊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방한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뚜렷한 일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스트로브 탈보트 미 국무부 부(부)장관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 미사일 개발 해결에 대한 관심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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